- 피하지 말고 현실 직시, 채무 총액 파악 후 채무 변제 계획 수립이 우선
- 고금리 채무부터 갚는 아발란체 vs. 최소 채무액부터 갚는 스노우볼 방식
- 다양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 활용으로 숨통부터 트고 비상금 적립도 필수
미국에서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부채다. 신용카드 부채에서부터 학비 대출 상환금,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금이나 주거 임대료, 자동차 융자금에 이르기까지 매월 갚아 나가야 하는 부채가 산더미다.
그중에서도 모기지나 학비 대출과 같이 나름 얻어가는 것이 있는 좋은 부채가 있는 반면, 일례로 신용카드 부채는 나쁜 부채에 속한다. 특히 카드사마다 연간 이자율을 계속 올리다보니 고금리의 부채가 자꾸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는 제어 능력이 상실되고 재정 악순환만 되풀이하기 쉽다.
미국의 3대 신용평가 업체 중 하나인 익스피리언(Experian)은 2020년 기준 미국인 일인당 평균 부채액이 9만2,727달러라는 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이중 개인 융자가 평균 1만6,458달러이고, 학비 부채가 평균 3만8,72달러에 달하며, 신용카드 부채도 평균 5,315달러다.
부채를 줄이는 것은 정신 건강 증진에도 필요하고 생활의 안정화도 꾀할 수 있는 만큼 어떻게 하면 고금리 부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는지 아래 12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채무 총액 파악
부채가 늘어날수록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실과 마주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일단 옆으로 밀쳐뒀던 청구서들을 모두 꺼내 채무 총액을 파악하는 것이 부채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다.
각 항목별로 현재 채무액과 이자율, 월 납부금을 한 눈에 파악하기 쉽게 정리하고 총액을 산출한다. 월 납부금이 들쭉날쭉한다면 지난 6개월간의 납부금을 평균치로 계산한다. 이외에도 매월 지출해야 하는 전기와 수도요금 등 각종 공과금과 식료품을 비롯한 각종 생활비 및 자동차 보험과 유지비 등 살림 살이에 필요한 지출 내역도 모두 계산한다.
새로운 재정 계획 수립
채무 총액 파악 후 월별 지출금이 수입보다 많다면 시급하게 새로운 재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쉽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생활 방식의 변화다. 케이블 방송이나 스트리밍 서비스 정기 구독을 끊고, 외식을 줄이고, 상황이 심각하다면 조금 더 작은 주택이나 임대 아파트로 옮기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다. 불필요하게 고가의 자동차를 몰고 있다면 소형차로 바꿔 차량 보험료나 월 유지비를 낮출 수 있고 도심 거주자라면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약국이나 생필품 구입은 이름 있는 브랜드 상품 대신 동일 성분의 저가 자체 브랜드를 선택하고, 주말 파트타임이나 평일 저녁에 일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 소득을 추가로 늘리는 방법도 고려한다.
아발란체 vs. 스노우볼 vs. 블리자드
부채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크게 ‘아발란체(Avalanche)’, ‘스노우볼(Snowball)’, ‘블리자드(Blizzard)’ 등 3가지가 자주 거론된다.
‘아발란체’ 방식은 이자율이 가장 높은 채무부터 먼저 갚아나가는 것이다. 고금리 채무액에 가능한 월 납부금을 최대로 지불하는 대신 다른 채무들은 일단 최소 납부금을 유지하는 것이다. 가장 높은 이자율의 채무액이 너무 많다면 갚아나가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도중에 의욕을 상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노우볼’ 방식은 이와 달리 채무액이 가장 적은 것부터 먼저 갚는 것이다. 한 두개씩 빠르게 채무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성취감이 높아져 채무 상환에 대한 동기 부여 효과에 힘입어 차츰 차츰 액수가 큰 채무 변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블리자드’ 방식은 말하자면 가장 크게 돈을 절약할 수 있는‘아발란체’와 심리적 성취감이 가장 큰 ‘스노우볼’ 방식을 혼합한 형태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최선의 방식을 선택해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용평가 기록 조회 및 수정
미국의 3개 신용평가 조회 기관인 ‘익스피리언(Experian)’, ‘에퀴팩스(Equifax)’, ‘트랜스유니언(TransUnion)’은 소비자들에게 무료 조회 서비스를 연 1회 제공한다. 때로는 특정 시기에 맞춰 매주 또는 매달 무료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신용 기록에는 매달 상환금을 기한내 납부했는지 여부와 연체 기록 및 다양한 채무액 내역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검토해 잘못된 기록은 없는지 확인하고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의 신용 평가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
매월 기한 내 납부만 잘해도 신용 평가 향상에 도움이 된다. 납부일을 지키기 어려우면 자동 인출을 설정해 자동 납부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용카드사에 이자율 조정 요청
신용카드사에 연락해 현재 자신의 재정 상황을 설명하고 이자율 인하를 요청하면 다만 얼마라도 조정 받을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재정 상황이 어렵지 않더라도 오랜 기간 보유한 신용카드인데 그동안 연체 기록 없이 성실히 납부해왔고 그간 이자율을 낮춰준 적이 없었다면 한번쯤 문의해 보는 것도 손해볼 일은 아니다.
0% 이자율 카드 활용 채무 정리
카드사마다 특정 기간 동안 0% 이자율을 적용하는 다양한 판촉 상품이 넘쳐난다. 신용 기록이 그리 양호하지 않더라도 현재 지불하고 있는 높은 이자율을 생각한다면 한번쯤 문을 두드려볼만하다. 0% 이자율은 보통 1년 전후가 보편적이고 카드사에 따라 2년 가까운 장기간의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타사의 부채 잔고를 이체하는 밸런스 트랜스퍼에는 보통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자로 나가는 납부금이 절약되는 폭이 훨씬 크다.
채무 통합(Debt Consolidation)
채무 계좌가 여러 개이고 서로 다른 이자율로 관리가 힘들다면 모든 채무를 하나의 계좌로 묶어 낮은 이자율 혜택도 누리고 관리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채무 통합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 이 방법은 고금리 신용카드 부채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기존에 거래하던 신용카드 회사나 은행에서 문의하면 담보 없이도 저리로 개인 융자를 대출해 주기도 한다. 기한없이 갚아나가는 신용카드와 달리 개인 융자 대출은 상환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몇년 이내에 부채를 갚을 수 있다는 목표 지점을 명확히 알 수 있어 정신적 위안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학비 융자 탕감 및 상환금 조정 프로그램 활용
2021년 기준 미국의 연방 학비 융자 부채는 평균 3만7,113달러²다. 대학교 학비 융자만으로도 평생 짊어지고 가는 부채인데 대학원 학비까지 떠안았다면 부담은 당연히 더 크다. 전문대학원이라도 진학했다면 우스개 소리로 집 한채를 어깨에 얹고 졸업한다는 말도 이해할만하다. 이렇게 학비 융자가 여러 개라면 하나로 통합해 저리로 신규 대출을 받는 방법도 있고, 정부 융자가 아닌 민간 금융 기관을 통한 대출이었다면 상환금을 임시 또는 상환 만료 때까지 낮춰 줄 수 있는지 문의해야 한다.
특히 정부 기관에서는 다양한 학비 융자 탕감 프로그램³도 제공하고 있어 각자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최악의 경우 개인 파산을 신청하더라도 학비 융자는 청산할 수 없어 파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⁴
라인 오브 크레딧(Line of Credit) 활용
차입자의 신용을 기준으로 대출한도를 설정한 후 그 범위 이내에서 필요에 따라 원할 때 부분 대출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라인 오브 크레딧’이다. 주로 주택 에퀴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보유한 주택이 없더라도 신용 기록에 따라 받을 수도 있다. 일반 신용카드보다 이자율은 대부분은 10% 미만으로 크게 낮다. 거래 은행에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채무 조정(Debt Settlement)
대출기관에서는 실제로 빚진 채무액보다 낮은 금액에 합의해주는 일종의 채무 조정을 해주기도 한다. 대출 기관과 직접 합의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문 대행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경우 수수료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이와 관련한 신용 기록이 최소 7년간 남아 있을 수도 있으며, 탕감 받은 액수에 대해서는 연방국세청(IRS)이 소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둘 대목이다.
채무 면제(Debt Relief) 신청
채무 면제는 신용 상담 전문가와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지역 단체 중에 비영리 기관에서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금융 대출 기관과 협상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직접 협상을 해주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파산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파산은 부채 상환 책임을 완전히 면제해 주는 챕터 7과 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챕터 13으로 구분되며, 챕터 7은 10년, 챕터 13은 7년까지 공공 기록으로 신용평가 기록에 남는다.
비상금 적립 및 정부 프로그램 활용
어려운 시기일수록 살림살이도 긴축재정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또 다른 재정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소액이라도 차곡 차곡 비상금을 저축해두는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은퇴를 앞둔 경우라면 더더욱 저축이 절실하다. 거대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저축 목표를 세우고 조달 방법을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빚을 갚아 나가는 동안에도 갑작스러운 지출이 발생할 수 있기에 현명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려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비상금을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더불어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구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예로 캘리포니아주만 보더라도 팬데믹 기간 동안 임대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한 세입자와 임대료를 지급 받지 못해 고통 받는 집주인에게 임대료를 무상 지원하는 ‘주택이 핵심(Housing is Key)’⁵ 프로그램과 주택 모기지를 2개월 이상 연체한 주택 소유주에게 최대 8만 달러까지 무상 지원하는 모기지 구제(Mortgage Relief)⁶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